130페이지정도의 짧은 이 소설이 왜 세기의 명작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추천한다. 삶은 꽤나 허무하고, 무의미하다. 결과적으로 노인이 잡은 물고기는 앙상한 뼈만을 남겼다. 그러나, 그 고기를 잡기까지의 고통, 그리고 그것을 견뎌내는 노인의 의지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한번만 더...! 한번만 더..! 를 속으로 외치며 삶과 투쟁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숭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아냐, 그럴 리가 없어, 하고 그는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난 언제까지나 끄떡없을 거야....머리를 맑게 해야해. 머리를 맑게 해서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해. 아니면 고기처럼 말이지. 하지만 한 번만 더 시도해 봐야지. (...) 노인은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았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어보았다. 하루키의 문장들 처음 접한 하루키의 책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이 책은 에세이였어서 하루키의 문체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는 걸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하루키의 문체는 정말... 뭐랄까... 모네의 그림같은 느낌이다. 나는 모네의 그림을 좋아한다. 분명 현실을 담았음에도 그 순간의 기억, 기분, 냄새까지 담겨 있는, 한순간의 추억을 담아내기때문이다. 하루키의 문장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새파랗고 가늘게 흩뿌려진 구름은 마치 시험 삼아 페인트를 슬쩍 칠한 것 처럼 하늘 천장에 희뿌옇게 달라붙었다. 때로 머리에 깃털 장식 같은 것을 단 빨간 새가 눈앞을 가로질렀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이번 년도에는 정보성 글, 자기계발서들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 소설을 읽어 보려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민음사코너를 보게 됐다. 쭉 훑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무기여 잘있거라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그렇게 대가로 유명하다는데 나는 그의 글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는걸 알게 됐다. 과연 이 사람은 어떤 내용의 글을 어떻게 적었을지 궁금하여 선택하게 된 책이다. 인간은 죽는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어. 그것에 대해 배울 시간이 없었던 거야. 경기장에 던져 놓은 뒤 몇 가지 규칙을 알려 주고는 베이스를 벗어나는 순간 공을 던져 잡아 버리거든. 아이모처럼 아무 까닭 없이 죽이거나, 또는 리날디처럼 매독에 걸리게 하지.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죽이고 말지. 그것만은 분명해. 결국 살아남는다 해도 종국에..
나는 등수를 매기는 것에 익숙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점수와 등수라는 압박은 항상 내 곁에 있었던 것 같다. 누구는 몇 등을 했니, 누구는 몇 점이니 이런 대화들이 익숙했고, 이런 이야기들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등수는 그대로고 점수를 학점으로만 바꿔보면 정말 변한 것이 없다. 20년이 다되가도록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보니 이런 것들은 어느새 무의식의 영역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뭘 하든 무의식적으로 등수를 매겨왔던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등수가 나의 목표이기도 했다. 누구보단 잘해야지 얘보단 내가 잘하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얘가 나보다 잘한다고? 라는 생각을 갖기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들어,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이런 생각들이 잘못되었음을 찬찬히 ..
함께자라기 : 애자일로 가는길 산업 자체가 제조업에서 데이터, IT산업으로 흘러가며 사람들의 수요는 크고 빠르게 변화한다. 결국 현대 사회는 너무 빠르게 변하기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없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기존의 설계와 구현의 절차적인 시스템을 넘어서, 빠르고 민첩하게 피드백을 받으며 지수적 성장을 이루는 애자일이 등장하게 되었다. 애자일의 효과와 함께 성장하는 팀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알게된 책이다. 너무 좋은 책이다. 세줄요약 소통은 추상화 규칙 발견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새로운 사실과 같은 이익을 확률의 합연산으로, 실수를 확률의 곱연산으로 바꾼다. 코드 공유, 고객의 참여라..
우아한 테크코스 프리코스에 탈락하였는데, 메일 피드백으로 추천해 준 책들 중 첫번째, 소프트웨어 장인이다. 배운 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서 개발하고, 협업 방법, 개발문화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고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조금 흔들리고 있었던 가치관을 다시 한번 확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왜 TDD를 해야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그냥 좋아서 쓰나보다~" 했는데, 가치관을 배우고, 장인정신을 탐구하여 이전의 마인드셋을 버리고 그 필요를 확인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TDD와 jest를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래는 책 내용 중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정리한 것이다. 애자일 빠르고, 짧은 피드백 루프 애자일은 프로젝트 시작 첫주부터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듦..
우리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사회 구성원들과 나누고, 믿으며 사회의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간다. 서양에서 기독교가 질서의 확립에 큰 도움을 미쳤다면, 동양에서는 철학이 사회의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 데에 기초가 되었다. 유교 가장 널리 퍼진 유교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A 하다. 그러므로 B 해야 한다는 구조로, 근거를 제시하고 이후 행동을 제시하였다. 이렇게 제시된 행동은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고, 평화와 화합을 가져오는 데에 기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유교의 “마음에서 나온 예”는 변질되어 탁상공론, 보이는 것만 중요한 예만이 중요해져 버렸다. 이렇게 변질된 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유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필요하겠지만, 이것이 결국은 하나의 관점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린스타트업 창업은 존재가 모호한 보물을 찾아나서는 것과 같다. 창업은 길을 잃고 헤매며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보물을 찾아나서는 것과 같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고객은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따라서 정확한 기준과 데이터가 없이는 창업에서 만들어낸 가치가 실재하게 될지 아닐지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찾아낸 보물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전까지 창업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것, 취업은 타인이 시킨 일을 하는 것 이라는 편견에 조금이나마 사로잡혀있었다. 그러나 창업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어 발전시키는 것이 창업이다. 이런 관점에서 창업과 취업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준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어디로 가고..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수용소에서의 일화를 보면,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가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즉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유를 뺏을 수 없다는 말이다.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잃은 사람들은 빠르게 목숨을 잃어나갔다. 하지만, 의미를 가지고 끝까지 살아갔던 저자는 결국은 살아남았다. 우리는 항상 고민과 권태 사이를 무수히 왕래한다. 권태는 우리를 우울로 이끌고, 삶을 의미 없게 만든다. 저자는 이를 실존적 공허라고 말한다. 실존적 공허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삶의 의미를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나는 이것..
드디어 글을 쓸 여유가 났다. 최근에 도서관에 다녀왔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써놓은 글을 볼 수 있었다. 소확행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이 적어놓은 글들이다. 행복, 인생의 의미가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를 느꼈다. 가장 와 닿았던 글 하나. 더불어 최근,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라는 책을 읽었다. 1,2권 합쳐서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의 책이지만, 그 압도적인 양만큼이나 책은 내게 많은 간접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결여와 단점 우리는 분명 부족한 점들을 가지고 태어난다. 인간은 불완전하게 태어나며, 그 누구도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이 " 모든 것" 을 채운다는 것은 밑빠진 독을 채운다와 같은 개념이라서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그 누구도 채울 수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