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등수를 매기는 것에 익숙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점수와 등수라는 압박은 항상 내 곁에 있었던 것 같다.
누구는 몇 등을 했니, 누구는 몇 점이니 이런 대화들이 익숙했고, 이런 이야기들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등수는 그대로고 점수를 학점으로만 바꿔보면 정말 변한 것이 없다.
20년이 다되가도록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보니 이런 것들은 어느새 무의식의 영역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뭘 하든 무의식적으로 등수를 매겨왔던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등수가 나의 목표이기도 했다.
누구보단 잘해야지 얘보단 내가 잘하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얘가 나보다 잘한다고? 라는 생각을 갖기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들어,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이런 생각들이 잘못되었음을 찬찬히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좀더 그것을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21년도에 내가 관련한 글을 쓴적이 있다는걸 알게 됐다.
21년도에는 이게 잘못되었음을 알기는 했지만, 딱 그정도였다. 이렇게 안하면 뭐 어쩔껀데? 라는 생각을 아마 할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2년간 참 뭔가 많이 성장했구나 느꼈다.
왜 마라톤이 아니고 달리기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난 30여년간 33번이상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고, 이틀동안 1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에 진심인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은 마라톤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왜 작가는 왜 마라톤을 말하지 않았을까?
마라톤은 어찌됐던 순위가 존재하는 스포츠이다.
작가는 마라톤 순위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얼마나 잘 달리는지, 어떻게 하면 잘 달리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작가는 " 왜 달리는가? " 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달리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 등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뛰는 것이 아니다, 라이벌이 있어서 뛰는 것도 아니다.
그는 지속적인 글쓰기라는 목표를 갖고 뛰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그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에 뛴다.
그는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거나 실패하며 점차적으로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달린다.
자신만의 목표를 갖는다는것이 핵심이다.
자신만의 목표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한다.
내가 목표한 만큼을 이뤄내고 있는지, 혹은 목표를 너무 높게 잡지는 않았는지를 점검할 뿐이다.
타인이 내 앞에 있든, 뒤에 있든 한번 쳐다볼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을 신경쓰지는 않는다.
비교
비교라는건 타인을 목표로 하는 것과 같다.
미적분 풀이를 A보다는 잘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내 목표는 미적분을 잘하는게 아니라 A보다 잘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는 A보다 시험점수를 잘 받기전까지는 목표의 진행단계를 유추하기힘듦으로 달성하기 힘들거니와, 달성했다고 해도 다음 번 시험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좌절을 불러온다.
그리고 만약 A를 이겼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세상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선택지를 생각해보면 딱 두 가지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다.
1. 정말 최고가 되어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기
2.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좌절하기
좌절하기 시작하면 곧 그것을 그만두게 될 것이다.
그게 취미든, 도전이든, 꿈이든.
그것보다는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실패 관리하기
이건 최근에 들은 실패하는 사람들의 목표 설정, 수행 과정이다.
1. 목표설정
2. 목표 실패
3.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므로 목표치를 더 증가시킴
4. 목표 또 실패
5. 계속해서 목표를 증가시킴
6. 계속된 실패에 좌절하고 적성에 맞지않다 판단하여 포기
책에서 작가 역시 마라톤에 목표를 실패하기도 한다.
... 이후로 계속 페이스가 떨어져갔다. 3시간 50분의 페이스메이커에게 추월당하고 3시간 55분의 페이스메이커에게도 추월당했다. 최악의 패턴이다. 그러나 4시간의 페이스메이커한테만은 추월당할 수 없다. ... 그런이유로 4시간대를 끊을 수 없었다.
작가는 이 실패 이후 오히려 연습량을 부쩍 떨어뜨렸다. 이전 마라톤에서 연습한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에 또 원활하게 마라톤 성적을 얻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나이도 나이이니 마라톤을 그만두어야겠다 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하루키는 목표를 바꾼다.
설령 기록이 더 떨어진다 해도 나는 아무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는 목표를 향해서 예전과 같이, 때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그렇다, 누가 뭐래도 그것이 태어날 때부터의 나의 성격인 것이다.
작가는 포기하지않았고, 계속해서 꾸준히 했다. 그리고 목표를 낮추기도, 목표를 변경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트라이애슬론으로 종목을 바꾸기도한다.(물론 마라톤은 포함되어있긴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트라이애슬론에서도 여러 실패를 겪는다.
수영전 바세린을 잘못 사용해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하기도하고, 페이스를 잘못조절해서 다리가 잠기기도한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레이스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작가가 원하는 묘비에 적힐 문구라고 한다.
실패를 하면 목표를 낮추되, 절대 포기하지는 않는다.
살패를 했을때 필요한건, 목표를 낮출 용기이다.
물론 목표는 비교를 통해 선택된 타인이 아니라, 내가 설정한, 내가 하고 싶은 나의 목표여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