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년도에는 정보성 글, 자기계발서들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 소설을 읽어 보려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민음사코너를 보게 됐다. 쭉 훑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무기여 잘있거라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그렇게 대가로 유명하다는데 나는 그의 글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는걸 알게 됐다.
과연 이 사람은 어떤 내용의 글을 어떻게 적었을지 궁금하여 선택하게 된 책이다.
인간은 죽는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어. 그것에 대해 배울 시간이 없었던 거야. 경기장에 던져 놓은 뒤 몇 가지 규칙을 알려 주고는 베이스를 벗어나는 순간 공을 던져 잡아 버리거든. 아이모처럼 아무 까닭 없이 죽이거나, 또는 리날디처럼 매독에 걸리게 하지.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죽이고 말지. 그것만은 분명해. 결국 살아남는다 해도 종국에는 죽임을 당하는 거야.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고전 소설들은 대부분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다.
인생은 자신만의 양탄자 무늬를 짜는 것 이라던가... 이상적 자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을 담는다던가...
그런데 무기여 잘있거라는 정말 사실만을 담았다.
사람은 죽는다. 어찌됐던, 다양한 이유로.
더 이상의 수식도, 미사여구도, 교훈도 없이 이게 끝이다.
둘이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동화속의 이야기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이 맞을 수 있는 결말은 단 하나다.
이러한 주제를 작가 특유의 하드보일드 문체로 풀어내니 여운이 정말 엄청나다.
지금까지 주인공, 캐릭터들의 감정을 묘사한 작품들은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하게 되어 오히려 제 3자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했었다면, 이 작품은 사실만을 전달하여 오히려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캐서린은 계속해서 출혈을 하는 모양이었다. 의사는 그것을 멎게 하지 못했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캐서린이 죽을 때까지 같이 있었다. 캐서린은 줄곧 의식이 없었고, 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캐서린의 죽음이 마치 지인의 죽음처럼 느껴졌다. 보통 책을 덮으면 생각이 어느정도 정리되어 하나의 주제로 남기 마련이었는데, 이 책을 덮고나서는 정말, 정말 많은 생각을 했지만 온전히 하나로 정리해내지 못했다.
주인공 헨리와 똑같은 입장에서 파시니가, 아이모가, 캐서린이 죽었다는 사실을 겨우, 받아들이는게 전부였다.
전쟁의(Arms) 전우들, 캐서린의 품(Arms)에 작별을 고하며, 잘 있으라 말해주는게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