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rule of fight club is "You do not talk about fight club".
파이트클럽을 봤다. 사실 그냥 다 줘 패는 영환줄 알고 봤는데... 전혀 아니었다 ㅋㅋ
사실 쉬려고 본 영환데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어쨌든 너무 좋았던 영화.
상당히 감명 깊게 봤다. 이런 주제를 자극적이면서도 아주 참신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를 굉장히 많이 느꼈던 영화였다.
이게 99년도 영화라니 믿을 수가 없다.
그리고 타일러 더든이 없애버리려고 했던, 초토화시켜버리려고 했던 소비지상주의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정말 나아진 것은 없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다.
아 이거 스포리뷰니까 안 본 사람들은 알아서 잘 피하기 바란다.
주인공은 반복되는 일을 하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구 쇼핑으로 해결한다. 새로운 가구가 나타나면 곧바로 사버린다. 그렇게 살아오다가 병(불면증)이 생기게 되고, 결론적으로 이 병은 이중자아를 만들어낸다.
나는 주인공의 이중자아인 타일러 더든이 현실에 대한 회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몇 살엔 뭘 해야한다, 학교에 가서 배워야하고, 졸업 후엔 취업을, 취업 후엔 결혼을 하는, 강박적이며 관습적인 삶,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 수단이 오로지 소비밖에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회의가 투영된 것이 이중자아인 타일러 더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타일러 더든이라는 인물에게는 주인공의 의견(회의감)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중자아이다 보니 그 정도가 아주 극단적이다.
그래서 타일러 더든이 등장하자마자 해버린 일은 주인공의 집을 폭탄으로 박살내는 것이다. 소비주의에 따라 살아 왔던 과거의 상징인 집과 가구들을 몽땅 싸그리 날려버렸다. 그래서 주인공은 타일러 더든과 함께 허름한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그리고 소비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한다. 바로 싸움이다.
그러나 영화 초반에 주인공은 분명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바로 동호회이다. 모임에 나가서 서로를 위로하고 하는 장면들을 보며 주인공은 가짜지만 일시적으로나마 불면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나는 주인공 자신은 치매, 고환암, 폐암 환자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소비지상주의에 찌들어 있는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주인공은 울 수 있었고, 그래서 일시적으로나마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이 타일러 더든이 주인공의 현실에 대한 회의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생각에 힘을 더해줬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다. 말라라는 여자가 등장해서 더 이상 일시적인 해결책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말라라는 여자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 역시 타일러 더든에게 나타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인공과 타일러 더든이 동일인물이며, 이중자아를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타일러 더든은 "말라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며 말라를 없애려고 한다. 말라 덕분에 자신이 탄생했지만, 말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주인공은 여전히 행복하게, 동호회에서 위로를 얻으며 살아 갈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 어찌됐던, 이 영화를 통해 배우고, 생각했던 것은 크게 세 가지다.
1. 소비지상주의를 경계하자.
2. 리더는 흔들려서는 안되며, 관점을 명확히 가진 사람이다.
3. 그러나 동시에, 맹목적으로 관점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1.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생각
이 대사에서 tv만 인스타그램으로 바꿔보면,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고, 어째서 이 영화가 명작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소유한 것이 곧 당신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명품을 소비하고, 자랑하고... 이제 글 적기도 신물이 나는 주제들.
명품은 당신의 가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절대로 물건에서 자존감을 채우지 마라.
모든 물건은 대체 가능하다.
물건에서 자존감을 찾는 것은 결국 우리를 대체 가능한 사람으로 만들 뿐이다.
2. 리더는 흔들려서는 안되며, 명확한 관점을 가진 사람이다.
타일러 더든은 주인공의 이중자아여서 그런지, 정말 명확한 관점(소비주의에 대한 파괴)을 가지고, 철저한 단계를 밟아 파이트클럽을 확산시키고, 결국은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보여줬다.
파이트클럽이 확산된대는 타일러더든의 전략적인 방안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의 성격을 들여봤을때 본성적인 부분이 너무나도 크므로 전략적인 방안보다는 명확한 관점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에 사람들이 매료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리더는 항상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리더들은, 역사적으로 선인이든 악인이든 세상을 바꿔왔다.
3. 그러나 동시에, 맹목적으로 관점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타일러 더든 이전의 사람들은 소비주의라는 관점아래서 살았다. 모두가.
그러나 타일러 더든이 나타나면서 소비주의의 파괴라는 새로운 이념이 대두되었고, 사람들은 타일러더든의 카리스마와 파이트클럽을 지키려는 의지 등, 그의 명확한 관점을 통해 소비주의의 파괴라는 관점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모두가 머리를 깎고, 개성이라곤 없는 복장을 한 뒤에,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그 무엇보다 전체주의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모두가 타일러 더든의 말이라면 신처럼 받들었다.
과연 이게 이전의 소비지상주의와 비교해서 좋은 점이 무엇일까?
이 모든 파괴를 끝내고 나면 파이트 클럽 사람들에게 남은 건 뭘까?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어떤 관점에 접근할 때는 항상 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해야 한다.
심지어 그 관점을 항상 유지한다고 할 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무언가에 무작정 반대하는 방향보다는 항상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려고 노력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에 대해 말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d_6b7rpeEI
누군가 당장에 머리 뒤에 총을 겨누고, 하고 싶은게 뭐냐고 물어봤을때, 정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장면. 또한 죽음을 항상 염두하고, 주어진 것에 항상 감사하며, 정말로 죽음이 눈앞에 찾아왔을때, 후회하지 않을만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명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