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하게 정립되지 않고 경험적으로만 얻어졌던 부분들을 명쾌하게 정의해줘서 놀랐던 책이다.
나는 최근에 군대에서 전역했다. 군대 내부에는 아주 역겨운 유형의 인간들도 많았고, 배울 만한 점이 많은 사람들도 많았다. 수많은 유형의 인간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했다가 끊었다가 하며 경험적으로 정립한 부분들이 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 실패의 첫 단추는 기대이며, 무의식적인 기대가 모든 것을 망친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 희생은 고결한 가치이며 우리의 인생은 모두 누군가의 희생으로 세워진 것이다.
놀랍게도 이 책은 경험으로 얻은 것들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 타인의 인정에 목매지 말고, 타인을 평가하지 마라. 타인의 과제와 내 과제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라.
타인의 인정에 목매어 자신을 타인의 기대에 맞추는 행위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는 행위이다. 모든 사람의 기대를 맞추려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 거짓말만큼 이기적인게 또 있을까.
그리고 사실 타인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기에 타인에 인정에 목매는 것은 얼핏보면 이타적으로 보이나 가장 이기적인 행태이다.
또한, 타인의 기대에 맞추지 못했을 때에 찾아오는 불행은 자신을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기게 만들고,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믿는 사람은 용기를 잃는다.
명예를 잃으면 크게 잃은 것이요, 용기를 잃으면 전부 잃은 것이다. - 윈스턴 처칠
용기를 잃은 사람은 도전할 수 없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에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깎아먹는 악순환에 빠지게된다.
그리고 반대로 내가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타인의 과제에 내가 간섭하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객관적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상대방에게 주입하는 것만큼 나쁜 행위는 없다.
2. 인생의 행복은 공헌감에서 온다.
위의 희생과 일맥상통하는 주제였다. 다만 나는 희생에 감사하고 그 희생을 돌려주려고 노력한다는 입장이었다면, 이 책은 희생하는 사람이 얻는 점들을 서술했다.
결국 사람은 누군가에게, 혹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게 공헌을 할때 자신의 가치를 느끼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공동체란 개인과 개인과 같은 가장 작은 관계부터, 인류 전체, 모든 세상까지 넓은 개념을 포괄한다. 이런 관점에서 직업과 일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기에 공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행위보다는 존재자체가 공헌이 될 때도 있기에 우리는 존재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서로가 공헌에 감사하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 강한 신뢰는 자기강화적이어서, 서로가 서로를 함부로 배신할 수 없게 만든다. 자신을 향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사람에게 감히 칼을 꽂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황금 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공헌은 인생의 선순환을 이끄는 선두에 있는 가치다. 공헌한 사람은 가치를 느끼고, 가치를 부여받은 인간은 용기를 받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도전하고, 쟁취하며, 승리한다.
따라서 우리는, ‘남이 내게 뭘 해줄수 있는가’ 보다 ‘ 내가 남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3. 지금, 여기를 살아라.
우리는 저 멀리를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은 그때를 위한 준비 기간이며, 인내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힘들고, 짜증나고, 그만두고싶다. 하지만 진실은 우리가 이미 그것들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멀리 있는 것 같아도, 아주 많이 남은 것 같아도 우리는 조금씩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하는 일은 인내의 과정이 아니라 내가 그토록 바랬던 목표를 조금씩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행복할 수 있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