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글을 쓸 여유가 났다.
최근에 도서관에 다녀왔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써놓은 글을 볼 수 있었다.
소확행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이 적어놓은 글들이다.
행복, 인생의 의미가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를 느꼈다.
가장 와 닿았던 글 하나.
더불어 최근,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라는 책을 읽었다.
1,2권 합쳐서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의 책이지만, 그 압도적인 양만큼이나 책은 내게 많은 간접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결여와 단점
우리는 분명 부족한 점들을 가지고 태어난다. 인간은 불완전하게 태어나며, 그 누구도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이 " 모든 것" 을 채운다는 것은 밑빠진 독을 채운다와 같은 개념이라서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그 누구도 채울 수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대부분이 동의할 수 있는 돈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재산이 정말 너무나도 많아서 평생 돈 걱정 필요없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식의 예를 들어보자.
정말 남부러울 것 하나 없이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아온 아이가 과연 정말로 ' 원하는 것 '이 있긴 할까? 단 한번이라도 성취감을 가져 봤을까?
여러 졸부들과 갑자기 뜬 슈퍼스타들이 약물이나 잘못 된 길로 빠지는 것이 그 대답이 되었을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이라면 결여된 것 또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결여와 단점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만의 경험을 하고, 우리만의 생각을 하고, 결국은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요컨데, 밑 빠진 독의 깨진 부분을 우리는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그 결여된 부분때문에 조롱과 멸시를 받을지 몰라도, 그것들은 우리의 정신을 안으로 향하게 하고 결국은 내면의 꽃을 피워낸다.
책에서 필립은 다리를 저는 기형으로 태어나 8살에 아버지를 잃고, 9살에 어머니마저 떠나보낸다. 그는 학창시절을 겪으며 불구때문에 성격이 삐뚤어졌지만, 그덕에 내면 성찰의 힘을 기를 수 있었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아름다움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며, 예술과 문학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삶의 다양한 모습들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는 조롱과 멸시를 엄청나게 받아왔지만, 그 조롱과 멸시는 그의 정신을 안으로 향하게 했고, 영원히 그 향기를 잃지 않을 정신의 꽃들을 피워냈다고 할 수있다. 덕분에 기구하게 태어난 필립은, 자기 자신에게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결국 결여와 단점은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타인이 타인의 결여로 인해 나에게 내는 상처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결여를 받아들이고 그들을 용서 할 수 있다.
그들의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잘못은 참아내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의미
우리는 아무런 의미 없이, 목적없이 세상에 태어난다. 사실 객관적으로 따져봤을때, 우리는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태어난 물질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엔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다.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다, 죽는다.
그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의미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의미 없는 삶은 곧 살아갈 이유가 없는 삶이 된다.
우리는 한 평생 살 이유를 찾기위해 산다.
계속해서 무언가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의미를 붙여서라도 의미를 갖는 활동들을 지속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의미는 우정, 사랑, 종교, 예술, 효, 성공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되었든, 6000년 인류 문명의 역사를 거치며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의 이름을 빌려 우리에게 다가온다.
조난당한 어두운 숲에서 북극성을 쫓아 움직이는 사람처럼, 의미는 사람을 가야할 곳, 아니 가야한다고 믿는 곳으로 이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처럼 의미는 잠시나마 무의미의 공포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감싼다.
" 하지만 자네 , 인생의 의미가 도대체 뭔지 말할 수 있겠나? "
" 글쎄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죠. "
" 아닐쎄, 자네 스스로 답을 발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그런데 자넨 이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러나 스스로 찾지 않은 의미는 본인에게 다가오기 힘들다.
남의 이야기를 통해 들은 의미는 아무래도 대화를 통해 전달되고, 대화의 내용은 변질되기 쉬운 탓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인공의 배경과 이야기를 왜곡과 변형 없이 담아, 의미를 전달 할 수 있는 소설에 큰 인상을 받았다. 소설을 통해서 여러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잘못 찾은 의미는 사람을 비극으로 이끈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을 찾을 수 없었던 주인공의 친구는 결국 인생에서 이룬 것 하나 없이 전쟁의 희생양, 아니 질병으로 죽고 만다. 재능이 없었던 주인공의 친구는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아니 애초에 평생을 지속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의미를 찾아 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하게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필립의 의미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필립이 딱히 한가지에 집중 한 것도 아니었다.
필립은 다만, 인생이라는 무늬를 짤 뿐이라고 했다.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일들과 행위와 느낌과 생각들로써 그는 하나의 무늬를, 다시말해, 정연하거나 정교한, 복잡하거나 아름다운 무늬를 짤 수 있다.선택의 능력이 있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도, 또한 현상과 달빛을 함께 엮어 짤 수 있는 환상의 속임수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그렇게 여겨지면 그런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배경으로 하여 삶의 거대한 날실에, 사람은 다양한 실가닥을 선택하여 무늬를 짬으로써 자기만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살면서 만나는 행복이나 고통은 모두 삶의 다른 세부적인 사건들과 함께 디자인을 정교하게 만들어 줄 뿐이다.
그에게 일어나는 일은 무슨 일이든 이제는 삶의 무늬를 더 정교화하는데 보탬이 되는 동기가 될 뿐이다.
종말이 다가오면 그는 무늬의 완성을 기뻐할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예술품이리라.그 예술품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자기뿐이라 한들, 자신의 죽음과 함께 그것이 사라져버린다 한들, 그 아름다움이 결코 덜하지는 않으리라.
필립은 행복했다.
그래서 나는 우선은 여러가지 의미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의미는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찾을 수 있으므로, 많은 경험들을 해보고 싶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수많은 의미를 찾고, 그 의미는 서로를 이끌어 또 다른 의미로 나를 이끌어 줄 것이다.
여러 의미를 찾고, 그것을 연결하자. 그러면 새로운 의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말이다.
여러 의미로 채워진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또한 이전까지 나는 여러 의미 중 하나의 의미만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동시에 여러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법은 없다.
경제, 역사, 종교, 예술, 학문을 익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기에 나는 최적의 시간, 공간적 배경을 가졌다.
어린 시절 억지로 억지로 했던 공부가, 이런 식으로 작용할 줄은 몰랐다. 이것도 어쩌면 의미의 연결 일 수 있겠다.
이것들을 잘 활용하자.
고난이 찾아올지라도 나의 의미들을 찾고, 나만의 결점과 단점을 이야기로 바꿔가며
언제나, 나로 하루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