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트레인지를 보고왔다.
사실 본지는 일주일 정도 됐다. 그래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음을 감안하고 봐주길 바란다.
말이 많은 영화지만, 기대를 없이 봐서 그런가 나는 굉장히 괜찮았다.
샘레이미 특유의 연출
옛날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보던 옛날식 연출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전 편과 이질감이 들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어린시절 봤던 샘스파 생각이 나면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마블의 불친절?
나는 이제와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게 되게 웃기다고 생각하는 한편, 마블이 많이 재미없어졌구나를 느꼈다.
인피니티 사가까지의 마블은 이런 말이 나온 적이 없다.
23편이나 되는데 말이다. 심지어 엔드게임은 마블이 팬들을 잘 챙겨줬다며 칭찬일색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팬이 아니었던 사람들에게는 가장 불친절했을텐데 말이다.
이런 말이 나온데에는 영화 자체의 재미가 상당히 반감되었다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밖에는 없다. 많이 느끼고 있기도 하고.
닥터스트레인지의 성장
닥터스트레인지는 언제나, 대의를 위한 희생을 치뤄왔다.
크리스틴을, 엔드게임에서는 아이언맨을, 그리고 이번 편에서는 아메리카 차베즈를 희생시키려고 했었다.
이 영화는 닥터스트레인지에게 그 희생들이 정말 필요한 것이었는지, 불가피했던 것인지, 그래서 행복한지를 계속해서 질문한다. 그래서 초반부 과거 동료였던 의사가 정말 그것이 최선이냐고 물어보고, 영화 중간중간에 행복하냐고 묻는 대사가 굉장히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영화의 닥터스트레인지는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만난다.
멀티버스에서 넘어온 닥터스트레인지를 말하는게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자꾸 마주친다.
첫째는 완다다.
완다는 사실 닥터스트레인지식 대의의 희생양이다. 비전은 아이언맨과 더불어, 닥터스트레인지의 단 하나의 미래에 희생되었다. 그것도 두번이나. 그리고 후에는 분석을 가장한 해부까지 당하며, 아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그래서 결국, 완다는 결국 망가지고 만다.
완다는 아메리카 차베즈라는 메타버스의 아주 작은 일부인 아이 하나만 희생시키면, 아무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이긴 하지만, 작은 희생을 통해 대의를. 어디서 많이 본 생각이다.
두번째는 일루미나티.
일루미나티는 완다보다 스트레인지 본인이 더 위험하다고 하며, 당신만 제거한다면 평화가 올 것이라 말한다.
멀티버스의 평화를 위해 전 멀티버스의 닥터스트레인지들을 희생시킨다는 생각이다.
결국 그들은 완다에게 패배하고,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세번째는 모르도.
모르도는 지구616에서도, 일루미나티 세계관에서도 무슨 일이든 대가가 치를 것이라며, 원리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원리 원칙을 지키킨다는건 어떤 측면에서 보면 가장 대의를 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많은 닥터스트레인지들.
이들을 만나며 닥터스트레인지의 생각은 조금씩 변한다.
이들을 통해서 닥터스트레인지는 자신의 판단만으로 대의를 위한 희생을 치르기 보다는, 진정으로 남과 자신을 신뢰하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들을 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가장 크게 변하게 된 계기는 크리스틴이다.
사랑해. 모든 세계의 너를 사랑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받는게 싫은게 아니야. 단지…겁이 나
그가 그렇게도 대의를 위하는 것은 잃기 두렵기 때문이었다.
그는 손을 잃고, 의사라는 직업도 잃고, 크리스틴이라는 사랑도 잃었다.
그는 잃기 두려워서, 겁이나서 사랑하거나, 사랑 받지 않는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마법사가되어, 다른 사람들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그것은 순전히 더 잃기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행복하지 않다.
자신의 삶을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들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려움때문에 불가피하게 해야했던 여러 선택들에, 여러 희생들에 계속해서 의문을 던진다. 자신의 과거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자신들을 만나고, 크리스틴의 말 덕분에 그는 결국 그 낡고, 삐걱거리는 관점을 버리고, 새롭게 나아가기 시작한다.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악령들을 이겨 내고, 오히려 그들을 이용하며 날개를 펼치고 날아간다.
그렇게 아메리카 차베즈에게 가는데, 이후에 닥터가 차베즈에게 하는 대사는 나에게는 닥터스트레인지가 자신에게 하는 대사로 들렸다.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능력으로 인한 모든 일들이 결국은 이 순간으로 이어지기 위함이었고, 결국은 이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모든 과거들이 자신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결국은 자신의 힘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음을 차베즈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말했다. 이 부분에서 완전히 과거의 자신에게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시계
닥터스트레인지는 유독 시간과 많이 관련된 인물이다.
첫 등장에서 시간을 다루기도 했고, 타임스톤을 지키려고 모두를 희생시킬 각오가 되어 있을 정도로 시간을 지키려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계는, 그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손을 다치고 크리스틴을 잃은 후부터.
나는 스트레인지의 시계가 물론 크리스틴과의 인연, 미련을 뜻하기도 한다고 생각하지만, 스트레인지 본인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반부쯤 잠긴 문을 열때도, 시계를 이용한다. 앞이 꽉 막힌 상황에서 믿을 것은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뒤부터 그의 시간은 멈춰있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의 마지막에서, 그는 망가진 시계를 고친다.
그의 시간은 이제, 뒤로 가지도, 멈추지도 않고 다시 앞으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