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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당근에서 일해보다
나에게 당근은 꼭 일하고 싶은 회사였다.
기술적인 부분도 분명 있지만, 무엇보다 프로덕트 자체가 로컬 플랫폼이기에, 삭막해져가는 사회에 동네라는 가치를 만들고 사람들과 사람들을 이어준다는 가치에 크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있다 설명할 당근에서의 이름인 Manolin과도 이어진다.
또한, 내가 유튜브, 인스타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앱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애정과 오너십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재작년 12월부터 계속해서 공고가 올라올때마다 도전하고 있었다.
세 번의 면접 불합격
그래서 그전까지 인턴 포지션이 열릴 때마다 지원했다.
아마 이번에 떨어졌어도 또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불합격도 하나의 피드백이었던 것 같다.
면접과 서류를 복기하고 어떤 것들이 부족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며 부족한 점들을 채워갔다.
첫번째 탈락에서는 경험의 부족을 느꼈고
두번째 탈락에서는 왜? 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부족하단 것을 알게 됐다.
세번째 탈락에서는 코드 작성에 대한 원칙이 부족하구나를 알게 됐다.
그리고 이것들을 채워가기위해 노력했다.
합격
3개월 체험형 인턴이었지만 합격했을 때, 대학 합격 했을 때 보다 기뻤다.
당근에서 일 해 볼 수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된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
Manolin
지금까지 영어 이름을 가져본적이 없어서 새로 이름을 지어야했다.
항상 당근에 들어오게 된다면 노인과 바다에서 이름을 따오고자 다짐했었다.
노인과 바다는 불합리, 부조리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를 다루고 있는데,
노인이 청새치를 잡으려는 과정이 마치 사람의 인생 그 중에서도 창업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서 문제가 생기고, 내 뜻과 다르게 일어나는 이해하기 힘든 불행한 일들이 많이 있다.
청새치는 잡기 힘들고, 과정에서 손이 다 망가지기도 한다.
그렇게 힘들게 잡은 청새치라 해도, 상어가 나타나면 뼈만 남게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사자 꿈을 꿀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이런 불합리 속에서도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두 사람 중 한 명을 고르고자 했다.
이중에서 노인(Santiago)이 아닌, 소년(Manolin)을 선택한 이유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당근에서 다른 분들께 많은 것들을 배우고자 했다. 일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제품에 대한 의지와 그것들이 표현되는 방법들을 배워가고싶었다.
두번째는 마놀린이야 말로 노인이 강한 의지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 의미, 가치를 추구한다면,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나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을 바꾸면 그것은 언제라도 무가치해질 수 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언제라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면 중요하지 않은 게 된다.
따라서 인간이 혼자서 독립적으로 지향하는 대상은 언제라도 무의미로 사라져버릴 수 있다.
하지만, 나에 의해 유일하게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하나 존재한다.
그건 바로 타인이다.
타인은 나처럼 주관적 판단을 하며, 이에 따라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타인은 내가 의미 없다 생각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래서 나의 의미가 타인에게 전달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내가 추구했던 것들은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은 것이 되어 의미를 유지할 수 있게된다.
나의 의미가 타인에게 전달되고, 공감이 있는 순간 그 의지는 더욱 강해지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된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의 마놀린이 될 때, 허무주의가 사라지고 더 따뜻한 세상이 될것이라 믿는다.
추가로
당근은 동네 이웃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이웃들이 서로가 마놀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을 꼭 경험하고 싶었다.
꼭 일해보고 싶었다.
첫 일주일
일주일동안 팀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나에게 배정된 일들을 수행했고, 그 과정을 돌아보려 한다.
팀
우선 팀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다.
영어이름으로 부르는게 처음엔 정말 어색했지만, 이젠 좀 많이 익숙해졌다.
스몰토크를 잘하지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잘 챙겨 주셔서 다행이었다. 특히 밥 먹으면서 보드게임을 했던게 재밌어서 기억에 남는다.
스카우트라는 보드게임이었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문화
문화에 대한 세션도 들었는데, 토론식으로 진행했어서 당근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화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 짧은 시간동안 간접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항상 지원자 입장에서 회사 문화에 대해 생각했다면, 회사입장에서 문화에 대하 고민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한국 it회사들의 기본적 문화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 수 있어서 너무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https://www.slideshare.net/slideshow/freedom-responsibility-culture/49159844
넷플릭스의 문화 : 자유와 책임 (한국어 번역본)
넷플릭스의 문화 : 자유와 책임 (한국어 번역본) - Download as a PDF or view online for free
www.slideshare.net
업무 회고
첫날은 온보딩 문서를 읽고, 세팅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뭔가 하진 못했던 것 같다.
두번째날부터 싱크를 통해 이슈를 할당받기 시작했고, 자잘한 것들을 포함하면 6개정도의 이슈를 해결했다.
과정에서 느낀 것들, 잘한 것들,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되돌아 보려고한다.
느낀 것들
1. MAU 2000만인 앱의 서비스를 배포한다는 책임감, 자부심
내가 방금 작성한 코드가 MAU 2000만인 앱의 일부로 배포된다는 점이 엄청난 책임감을 갖게 만들었다.
할당된 테스크를 한다는 건 인턴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테스크로 만들어진 결과, 즉 서비스는 모든 이용자에게 전달된다.
지금까지 했던 어떤 개발 작업물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나의 테스크가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고, 서비스와 팀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첫 이슈를 해결하는데 작동 되는지를 20번도 넘게 확인했다.
덕분에 마지막에 문제가 있다는걸 찾아낼 수 있었고, 고쳐서 배포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지금까지 가져본 어떤 것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질 수 있었고, 앞으로도 가져야 한다.
이런 경험들을 인턴인데도 할 수 있음이 굉장히 좋았다.
무거운 책임감 덕분에 첫 배포 후 에러 없이 잘 작동할 때의 만족감과 자부심도 이전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굉장히 즐거웠다.
2. 오너십(팔로워십)
당근에서는 대부분의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위클리를 통해 많은 정보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획득되는 정보들이 하는 일에 대한 오너십을 갖게 만들어 준다는 걸 느꼈다.
첫 회사에서 일할 때는 특수한 상황이라 가끔 내가 무엇을 개발하는지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이건 뭐랄까... 야구 룰을 모르는 상태로 도루를 하는 상태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왜 해야하는지 아는 것이 오너십을 갖게 한다.
그리고 팔로워의 오너십이야말로 팔로워십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왜 이 테스크를 해야하는지 이해하고, 테스크에 대해 더 나은 의견과 방향을 제시하는것
이것이야말로 팔로워십이 아닐까?
3. 자동화/ 코드베이스
대부분의 관리가 필요한 작업들이 스크립트를 통해 자동화되어있었다.
대부분의 것들이 연동되어있고, 아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코드베이스를 봤을 때도 역시 얼마나 많은 고민이 담겼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다른 분들이 봤을 때 빠르게 이해할 수 있고, 유지보수하기 좋은 코드를 작성하기위해 노력해야겠다 다짐할 수 있었다.
또 추가로 자동화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면 꼭 기여해보고싶다고 느꼈다.
잘한 것들
조금 더 빠른 적응
이전 인턴 경험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이슈를 이해하고,
보다 나은 코드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슈에 대한 개선 의견 제시
이슈를 그냥 해결하기보다는 도메인이나 UX에 대한 질문, 의견을 제시했고,
결과적으로 이런 행동들이 조금 더 향상된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다.
개선이 필요한 것들
프로덕트를 위해 기여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기여 방식은 팀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해내는 것이다.
물론 뭔가 일을 찾아서 개선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를 더 빠르게 해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것 (섣불리 코드를 먼저 살펴보지 말 것)
이슈를 해결하다보면 어느 정도 조건이 정리됐다면, 아 이제 코드를 보면 더 빨리, 그리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코드를 봤었다.
그러나 이때는 사실 도메인 조건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즉,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됐던 것이다.
문제가 뭔지 정확히 모르는데,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건 말도 안되는 욕심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테스크 해결에 걸리는 시간이 지체된다고 느꼈다.
그래서 코드를 보기전에 내가 풀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해보고, 이를 위해 필요한 도메인에 대한 것들, 배경지식들을 완전히 글이나 그림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Context Switch 비용 아끼기 (문제를 파악하기전, 문제 해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볼 것)
분석 중이나 개발 중에 추가적인 셋팅이 필요하다거나,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학습할 필요가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 많은 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멀티테스킹이 안되는 사람인가보다.
위 상황이 일어날때마다 context 전환이 일어나며 맥락을 잃었고, 다시 돌아왔을 때 어디까지 했었는지 까먹어서 다시 수행하기도 했었다.
특히 모르는 상황, 라이브러리가 등장할 때 이런 맥락 손실을 크게 느꼈다. (모든 맥락 정보 손실...)
그래서 현재 생각으로는 작업이나 분석전에 필요한 것들을 미리 생각해보고, 최대한 모아서 batch 형식으로 쳐내는 것을 떠올렸다.
다음 주에는 이런 방식을 도입해보고, 좀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볼 것이다.
시간 측정 정확도 높이기
이슈 해결에 대한 예측도도 높이기위해 추산시간과 실제 시간을 대략적으로 측정하고는 있지만,
나는 위에서 쓴 것처럼 맥락 전환시 모든 정보를 잃기 쉬운 사람이라....
다음 주에는 시간 측정을 위해 휴대폰 타이머를 사용해볼 생각이다.
마무리
1주차에 세운 개인적인 목표를 적으며 마무리 해보고자 한다.
최대한 많은 일을 해보고, 경험 쌓기
정말 힘들게 얻은 기회이고, 한정된 3개월이라는 인턴 기간동안 당근을, 그리고 당근 알바팀을 최대한 많이 경험해 보고 싶다.
경험은 양이 될 수 도 있고 질이 될 수 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어떤 것이 질 좋은 경험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일단 양으로 승부해볼 작정이다. 일하는게 생각한 것보다 더 즐겁기도 하고...
최대한 많은 일들을, 빠르게 해내고 싶다.
시간이 되는 한 많이 일하고 싶다.